AI & Service
세계 디자인 어워드를 휩쓴 ‘‘AI 5’ 셋톱박스’ 이렇게 탄생했다!
[인터뷰] SK브로드밴드 UX개발팀 오경진 매니저 (셋톱박스 디자이너)
Q1. 직무 소개
셋톱박스와 리모컨을 중심으로 제품 디자인과 PUI(Product User Interface)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UX/UI 설계 업무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것뿐 아니라 초기 리서치와 사용자 조사, 디자인 방향 수립, 컨셉, 디자인 개발, PUI 정책, UX/UI 설계, 유관부서 및 제조사 협업, 양산 샘플 검토까지 제품이 실제 출시되는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 UX개발팀 오경진 매니저Q2. IDEA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글로벌 어워드 4관왕을 달성했는데, 소감은?
AI 5 셋톱박스(이하 ‘AI 5’)는 기획 초기부터 양산까지 오랜 기간 고민한 제품이라 이번 결과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지난해 일본 Good Design을 시작으로 올해 iF, Red Dot에 이어 IDEA 어워드까지 수상하면서 세계 주요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와 심사 기준을 가진 어워드에서 ‘AI 5’의 방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장 뜻깊습니다.
특히 ‘AI 5’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기존 셋톱박스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요소를 하나씩 덜어내고, 생활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제품으로 정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의도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디자이너로서 큰 보람을 느꼈으며, 함께한 동료와 디자인사, 제조사 등 여러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Q3. 이번 ‘AI 5 셋톱박스’의 디자인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AI 5’의 가장 큰 목표는 숨기고 싶은 셋톱박스를, 드러내도 좋은 제품(홈 오브제)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홈 오브제를 추구한 이유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세련된 외관 뿐만 아니라 AI 음성 인터랙션이 잘 동작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음성 기능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려면 셋톱박스가 사용자 가까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유리하지만, 기존 셋톱박스는 전자기기 특유의 형태나 로고, 버튼, 케이블 때문에 TV장 안이나 뒤쪽에 숨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존 셋톱박스의 디자인 문법 자체를 “드러나도 좋은 홈 오브제”로 정의했습니다.
컴팩트한 원형 형태를 기반으로 버튼과 기업 로고 등 외부에 드러나는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무광 블랙 컬러를 적용했습니다. 후면에는 Cut-off 구조를 적용해 케이블도 시각적으로 정돈했습니다.
AI 5 셋톱박스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4관왕 달성■ ‘AI 5 셋톱박스’ 디자인 개발 히스토리
Q4. 필수 부품, 안테나 등 공간적 제약 속에 셋톱박스의 높이, 면적, 무게 등을 어떻게 최적화했나요? 또한 외관 미학과는 어떻게 절충했나요?
제품 디자인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내부 구조와 외부 형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셋톱박스에는 PCB, 안테나, 방열 구조, 전원과 각종 포트처럼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외형을 작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좋은 제품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부터 기구와 HW에서 필요한 공간과 성능 조건을 먼저 확인하고, 그 안에서 제품의 높이와 면적, 곡률과 조립 구조 등을 반복적으로 조정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기술적인 요소를 디자인으로 정리하되 성능까지 희생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을 위해 성능을 희생하거나, 반대로 기술적인 요구를 위해 디자인을 희생하기보다는 두 조건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는 것이 제품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스크래치, 지문, 변색, 내구성 등 어떤 소재와 질감 조합을 선택했나요? 선택기준은?
‘AI 5’는 표면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전자기기처럼 보이는 느낌을 줄이고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차분한 무광 블랙 컬러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다만 표면이 지나치게 거칠면 오염이나 스크래치 관리에 불리할 수 있고, 너무 매끄러우면 플라스틱 전자기기 같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단계의 표면 가공 샘플을 비교하면서 시각적인 깊이감과 촉감, 내구성, 오염, 스크래치, 양산성 등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결국 오브제다운 질감과 실제 생활 제품으로서의 내구성 사이에서 가장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적용했습니다.
Q6. 상태 LED의 밝기·색·확산을 어떻게 정했나요? 야간 눈부심, 영상 시청 방해,
규제/에너지 요구까지 고려를 했나요?
LED는 매우 작은 요소지만 TV 시청 환경에서는 사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주변 조명이 어두워지는 야간에는 작은 LED도 상당히 밝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상태 정보는 명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영상 시청에는 방해되지 않는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AI 5’에서는 LED의 노출 크기를 최소화하고, 사용 환경에 따라 밝기를 총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각도의 시험환경(아침, 낮, 저녁)과 다양한 실험 대상자, 시청거리 등을 테스트하여 최적의 RGB값을 적용했습니다.
Q7) 측면/후면의 케이블 포트 방향, 위치를 설계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셨나요?
A7) 저는 제품 자체만 예쁜 것과 제품이 설치된 상태까지 예쁜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셋톱박스는 전원, HDMI, LAN 등 여러 케이블이 필수적으로 연결됩니다. 제품 자체를 아무리 단순하게 만들어도 케이블과 단자가 그대로 노출되면 실제 거실에서는 시각적인 복잡함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AI 5’에서는 케이블도 제품 디자인의 일부라고 봤습니다.
후면에 Cut-off 구조를 적용하고 상판 구조와 연결해 단자와 케이블 노출을 최소화했습니다.
동시에 모든 케이블 컬러를 셋톱박스 컬러와 맞췄으며, 상판구조로 인해 랜케이블 체결이 어려워 리버스로 체결할 수 있도록 컴포넌트를 제공했습니다.
외관상 셋톱박스 하단이 말려 들어가는 형태라서 셋톱박스 뒷면 공간(컴포넌트 영역)이 부족해, 이를 고려하여 컴포넌트를 최적으로 배치했습니다.
Q8) 사용자 리서치를 제품 설계에 반영했나요?
A8) 제품을 시작할 때부터 양한 사용자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확인했습니다.
기존 제품의 장단점을 회고하고, 내부 구성원 조사, 고객자문단 설문, 기존 전사 조사 결과, 이해관계자(전문가, 현업타사 대상자 등) 인터뷰, 유관부서 요구사항 등을 종합해 디자인 설계에 반영하였습니다.
또한 한 가지 조사 결과만으로 디자인을 결정하기보다는 여러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와 검증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안과 프로토타입을) 검토했습니다.
Q9) 셋톱박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KPI)은 무엇인가요? 또 품질 지표(부팅 시간, 지연, 발열, 오류율 등)와의 연관은 어떻게 고려했나요?
A9) ‘AI 5’에서는 공간과의 조화, 설치된 상태의 정돈감, 상태 정보의 인지성, 음성 인터랙션 접근성, 사용 편의성, 그리고 양산 이후에도 의도한 디자인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물론 제품 디자인과 성능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습니다.
부팅 시간이나 시스템 지연, 오류율 등은 HW·SW 품질 영역의 지표지만 안테나, 발열과 같은 성능 요소는 제품의 크기와 구조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디자인 단계부터 관련 부서와 기준을 공유하면서 디자인 때문에 제품의 본질적인 성능이 손상되지 않는 것을 기본 전제로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마이크가 성능이 보장되는 범위에 위치시키거나 발열 및 사운드 울림에 가장 효과적인 타공 위치 및 형상 설계 등을 적용했습니다.
■ 개인적 이야기
Q10) ‘AI 5’ 셋톱박스 디자인을 진행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과 어떻게 돌파했나요?
A10)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기존에 있던 것을 없애는 일이었습니다.
제품을 미니멀하게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형태를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로고나 버튼처럼 오랫동안 셋톱박스에 당연하게 존재해 온 요소를 없애려면 ‘왜 없어도 되는지’, ‘사용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브랜드 인지는 괜찮은지’ 등 여러 관점에서 검증하고 관련 유관부서 및 상위 결정권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취향으로 디자인을 주장하기보다 최대한 사용자 조사 결과와 시안 비교, 유관부서 협의, 실제 샘플 검증을 통해 하나씩 근거를 만들어갔습니다.
데이터 위주의 보고와 디자이너로써의 감각을 지키면서 한 분, 한 분 설득해 나갔고,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이룬 것 같습니다.
Q11) 본인만의 업무 노하우가 있다면?
A11)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의 전문적인 판단을 쉽게 의심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라면,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가지고 끝까지 밀고 가는 편입니다. 다만 그 확신이 단순한 고집이 되지 않도록 항상 사용자 반응이나 데이터, 동료와 유관부서의 의견을 통해 다시 검증하려고 합니다.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지만, 근거 없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검증한 뒤에도 방향이 맞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그 기준을 지키는 굳건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품을 만들다 보면 일정이나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어느 순간 타협하고 싶은 순간이 생기는데, 그럴 때도 완성도의 기준을 쉽게 낮추지 않는 끈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판단을 믿는 확신, 그 판단이 맞는지 계속 검증하는 태도, 그리고 마지막까지 품질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입니다.
Q12) 앞으로의 각오
A12) 앞으로도 제품의 외형적인 완성도뿐 아니라 실제 사용 과정에서 느껴지는 편의성과 경험까지 함께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제품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되, PUI와 UX/UI처럼 제품 사용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역까지 폭넓게 이해하고 연결하면서, 사용자가 더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새로운 기술이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유행 자체를 따라가기보다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제품에 적절한 방식으로 녹여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 판단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검증하면서 완성도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 디자이너로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AI 5 셋톱박스 제품 이미지